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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허영만의 백반기행' 방송정보를 안내해 드립니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동네밥상, 식객 허양만과 숨은 맛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이죠. 오늘 백반기행 방송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이 꿈꾸는 남도 백반 - 전남 강진 편
2019년 어느 봄날,
멀고먼 전남 강진 행.
4일, 9일이 들어가는 날마다 오일장이 선다는 강진읍장에서 시장 상인들이 강력 추천하는 백반집에 들렀다. 오일장이 서는 날만 문을 연다는 식당. 진한 화장의 드세(?)보이는 70대 주인장은 정이 넘친다. ‘혼밥’하러 들렀는데 밥과 국에 반찬이 줄줄이 딸려 나온다. 남도에 왔음을 밥상에서 실감하는 순간.
❝ 반찬 15가지. 옆 식탁에 있는 것이 없다고 추가시킨 톳 무침. 이것이 5천원. 아하, 돈 쓸만하구나 ❞
내 돈 내고 사먹으면서도 미안한 시장 백반집은 “팥죽”으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주인장은 새벽 3시부터 팥을 삶고 옛날 방식 그대로 ‘확독’으로 으깨 팥죽을 쑨다. 강진에서 ‘팥죽’은 ‘팥 칼국수’를 가리킨다. 서울에서 부르는 새알 동동~ 팥죽은 이 동네에선 ‘동지팥죽’이라고 따로 부른다. 일본에 어머니의 손맛, 가정식의 대명사로 “어제의 카레”가 있다면 나에게는 “어제의 팥죽”이 그러하다.
❝ 어머니의 팥 칼국수가 생각난다. 어머니는 8남매를 먹일 음식을 걱정하느라 세월 다 보냈을 것이다. 한 겨울 이걸 만들어서 절반은 식구들이 먹고 나머지는 마루에 내놓으면 다음날 아침 식어있는 팥 칼국수를 만난다. 둥그런 상에 앉은 가족들이 입에 팥죽을 묻혀가면서 한 끼니를 채우던 그 날... 팥 칼국수 맛은 아직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강진만의 봄을 알리는 제철 식재료 바지락. 마을 공동 갯벌에서 1년에 두어 번 바지락을 함께 캐는 서중마을에 들렀다. 마을 어머니들의 협동작업이 푸근하다. 다들 제 분야의 달인이다.
❝ 시골은 협동이다. 네 일, 내 일 가리지 않고 힘을 나눈다. 미래의 사회 모습이다. ❞
강진읍에서도 차로 20분을 더 들어가는 한적한 도암면 읍내. 고즈넉한 이 동네에 관광버스들이 들이닥치게 만드는 건 한 백반집이다. “찐~한 남도 맛”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손맛 좋은 주인장이 자식들 입에 넣어주던 한 끼 그대로 집밥처럼 차려내는 음식들은 더러는 담백하다. 강진읍장, 해남 오일장 등 인근 장을 돌며 그때그때 사온 재료의 맛을 살려 17가지 반찬을 차린다. 커다란 쟁반에 통째로 내오는 백반은 1인분에 8천원.